본 포스팅은 우리 대학 졸업생인 이유정님이 중앙도서관 전 직원을 대상으로 발송한 메일 전문입니다. 중앙도서관을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여러가지 건의에 대하여 본인의 동의를 얻어 소개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  

 

    공식적으로 학교 게시판에 건의할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제가 타 대학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은 친구의 배려로 가능했기 때문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어 게시판에 남길 수 없었습니다. 제 의견이 반영되든 되지 않든 저는 이미 졸업생이라 이용할 일은 거의 없겠지만, 그래도 제 모교가 계속 발전했으면 하는 생각으로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빛나는 20대 초반을 동국대에서 보낸 졸업생입니다

 

   저는 읍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왔습니다. 그래서 비교 대상이 없었고 학교시설은 다 우리 학교 같은 줄 알았습니다. 그러다 동아리, 강연회, 학생회 활동을 하게 되면서 서울에 있는 여러 학교를 가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타 학교를 방문해 보니, 애교심이 커지게 되더군요.

 

   특히 여자화장실은 독보적입니다. 연세대 화장실에 갔었는데 시공업체가 어디인지 세면대가 이용자 쪽으로 약간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손 씻거나 물을 흘리면 빗면을 타고 물이 내려와 사용자의 옷이 젖습니다. 세면대에 휴지 배치도 되어있지 않고 청소 아주머니들도 우리 학교처럼 수시로 청소하지 않습니다. 여대 화장실들은 더 열악합니다. 핸드백 놓아둘 공간이 제대로 확보되어있지 않습니다. 건국대는 시설은 정말 좋더군요. 학교 내 호수에 오리 배가 있는 것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국민대의 경우에는 A4용지가 있으면 프린트비용은 무료더군요. 몇 백장씩 프린트가 필요할 땐 가끔 이용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학생식당은 맛없는 학교가 존재한다는 게 저에게는 참 충격이었습니다. 특히 최근에 가본 우리 학교 채식당은 제가 학교 다닐 때 없었던 게 참 억울할 정도더군요. 그러나 제 대학 시절에는 <사찰강좌>가 있었지요. 학교에서보다는 외부에서 더욱 유명하신 '선재 스님'의 수업을 두 학기나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강좌가 너무 유익해서, 타 학교에서도 이와 비슷한 강의가 있지 않을까 싶어 서울에 있는 대학교 홈페이지를 돌아다니다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진행하는 <와인과 테이블 매너>라는 강좌도 알게 되었고, 타 대생임에도 이대에서 '한상돈 소믈리에'가 진행하시는 강좌를 수강할 수 있었습니다. 패러글라이딩, 스노보드, 승마, 수영, 골프 등등. 저의 모든 경험과 배움의 뒤에는 늘 동국대학교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대학교 시절 내내 학교가 참 좋았습니다.

 

   그 중에서 제가 정말 좋아했던 우리 학교 도서관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우리 학교 중앙도서관 VS 타 대학 도서관

 

   우리 학교 도서관 시설은 지어진 지 오래되지 않은 만큼 시설도 좋고 예쁩니다. 그리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기도 한 우리 도서관은 촬영현장으로도 꽤 활용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땐 싸이뮤비(Right now)에 나왔었죠. 그러나 책을 많이 접하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었다는 것을 타 대학교를 이용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학교에서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를 빌려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인기 있는 책의 경우 늘 대기자가 몇 명씩은 되었고 그것을 기다리다 보면 한 학기가 지나가기 때문이죠. 처음에 몇 번은 시도해 보았지만 그래서 빌릴 수 있었던 적은 없었기 때문에 그 정도로 보고 싶었으면 구매해서 읽었습니다. 내가 관심 있는 만큼 다른 사람도 관심이 있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게 불편하다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기회가 되어 타 학교 도서관을 이용하게 되었는데, 신세계더군요. 대여할 수 있는 책과는 별개로 현재 사회적인 이슈가 되는 책이나 추천도서들이 한쪽 서가에 따로 배치되어있었습니다. 물론 그 책은 열람만 가능하고 대출은 불가능한 책들입니다. 아래는 찍어 모은 사진들입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라운지는 신착도서, 교양영어교재, 필독도서, 추천도서 등 4가지 코너로 구성되어있습니다. 가운데는 앉아서 책을 볼 수 있게 의자와 테이블이 배치되어있어, 항상 몇 명은 책을 읽고 있습니다. 저도 한동안 여기서 책만 봤네요. 이 학교는 시험기간과 상관없이 책 읽는 사람이 늘 있었기 때문에 저도 매일 책을 보면서도 이질감을 느끼지 않았기에 크게 의식하지 못하다가 시험기간이 아닌 때 모교를 방문했을 때 깜짝 놀라게 되었습니다.

 

   저는 알았습니다. 우리 학교에는 책을 읽는 학생이 하나도 없다는 것. 이 학교는 시험기간과 비 시험기간의 도서관 이용자는 차이가 그리 크지 않습니다. 물론 열람실좌석은 이 학교도 확실히 시험기간에 이용자가 많습니다. 생각해보면 재학시절 저도 책 보고 싶으면 주로 서점에 가서 봤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가장 감탄했던 추천도서들입니다. 정말 읽고 싶은 책만 싹 모아 놓은 장소더군요.  

 

 

   그리고 서점에서나 있을 법한 도서 전시대 모습입니다. 우리 학교에도 도서관 로비에도 책이 소개되어 있긴 합니다만, 게시판 형식이고 겉표지만 붙여져 있습니다. (제가 다닐 때는 그랬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네요) 이 전시대에 있는 책은 “추천도서” 코너에 있는 책 중에 배치해 놓습니다.

 

   제가 최근에 방문한 우리 학교 중앙 도서관은 열람실이 아닌 도서관임에도 책을 읽는 학생이 없었습니다. 시험기간 외에는 도서관에 사람이 많지 않으며, 있는 학생들도 대부분 전공 시험공부, 스마트 폰, 공강 시간에 낮잠 자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책을 보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지. 그리고 우리 학교 도서관 이용자는 의자소음에 신경 쓰지 않으며, 옆 사람과 얘기하는 것을 예의 없는 행동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노트북 존이 있음에도 일반 좌석에 앉아 분노의 타자치는 것을 노트북 존으로 이동해 달라고 제가 여러 번 쫓아냈습니다. 불과 몇 달 전의 일입니다. 이렇게 조심성 없는 이유는 기대기만 해도 나는 의자의 삐걱거림이나 이동 시 나는 소음들이 크기 때문에 자신의 자그마한 목소리나 타자치는 소리쯤은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이 듭니다.

 

우리 학교 중앙 도서관의 최신 시스템 그러나...  

 

   이 타 학교 도서관 도서 검색대에 위치 출력 기계가 없어서 알아서 메모해야 합니다. 그리고 학생 식당은 여전히 사람이 계산합니다. 우리 학교는 제가 입학하고 그 다음 해였나 전자화되었죠.

 

   처음에 타 학교에 갔을 땐 건물의 노후화나 화장실, 생협 등 모교와 비교하면서 자부심도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건 저의 오만이라는 것을 이용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이 학교 도서관은 시설 이용 시 낼 수 있는 소음을 줄였습니다. 아니 거의 없습니다. 책상 배치는 창가로 되어있습니다. 모든 창가를 둘러 붙박이식(?) 책상이 배치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의자는 4개의 다리 중에 두 개는 바퀴가 달려있고 두 개는 고무로 되어 있습니다. 나무가 아니라 플라스틱이라 기대거나 자리 이동 시에 소리가 나지 않더군요.

 

   개인이 앉아 공부하거나 책을 읽기에 쾌적합니다. 히터는 천장에 달려있으며, 바로 옆에 사람이 앉아도 방해되지 않을 만큼 자리가 넓습니다. 반면에 우리 학교 학생들은 꼭 가방을 옆에다 둡니다. 옆에 누군가 앉으면 참 좁거든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바닥에는 카펫 같은 것도 깔려 있어 소음이 전혀 없다 보니 자연스럽게 도서관에서 예의 없게 대화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전화 오면 나가서 받고, 노트북의 타자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물론 간혹 지나가면서 떠드는 학생이 없지는 않지만. 노트북 쓰는 사람은 종종 있지만 분노의 타자는 없습니다. (정말 노트북 쓰는지도 모르게 사용하더군요)

 

         

 

   이 학교 창가에 배치된 자리는 우리 학교로서는 어렵다고 생각했고, 얼마 전까지는 코너가 포함된 라운지도 우리 학교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도서관 내에는 그럴만한 공간이 없으니까요. 그러나 최근에 학교를 방문해 보니 가끔 전시회를 열던 곳이 라운지처럼 되어있더군요. 훨씬 더 넓고 쾌적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보고 감탄을 하였으나 자세히 보니 쌓여있는 의자들과 배치되어있는 책들은…

  

 

   책 읽으라고 만들어 놓은 공간이 아니었네요. 도서관 내의 카페 같은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그러라고 만들어 놓은 공간이겠지요. 저는 지금도 우리 학교에서 책을 읽는 학생이 없다는 것이 가장 안타깝습니다. 물론 학생 개인이 의욕이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동네 도서관도 있고, 서점도 많으니까요. 온라인에서 구매해도 하루면 집으로 오니까요.

 

   하지만 학교도서관에서 어떤 책을 검색해도 예약자가 많거나 대출이 되어있어 빌릴 수 있는 책이 없으니 그게 학습이 되어 나중에는 책 자체를 검색해 봐야겠다는 생각 자체가 들지 않는다는 것. 이것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잠깐의 시간이 나서 도서관에 왔을 때 10-20분 정도 책을 보려고 책 제목을 검색해서 찾고.. 그러긴 힘듭니다. 관심 없더라도 눈앞에 있으면 보게 되는 법인데, 그렇게 열심히 눈앞에 가져다주는 타 대학의 도서관이 참 부러웠습니다.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희망합니다

 

   동국대 역시 역사도 깊은 명문인데. 점점 밀리는 느낌이라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가끔 인문분야나 자기계발서적 맨 뒤에 참고목록이 있습니다. 최근에 제가 본 책으로 예를 들자면 이지성의 <리딩으로 리드하라>에 보면 추천 책이 나오고 맨 뒤에 이 목록을 어디에서 발췌했는지가 나옵니다. '서울대학교 추천 인문고전', '연세대학교 추천 인문고전' 등등 저는 이러한 참고목록에 '동국대 추천 인문고전'이 들어가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기부금을 낼 수도 없는 주제에 많은 예산이 드는 건의 사항을 이렇게 글을 쓰기까지 많이 망설였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의견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도 나름대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하여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집 근처에 있는 타 대학의 도서관을 이용하면서 '이건 우리 학교가 훨씬 낫네' 하면서 비교하게 되는 저를 볼 때마다 참 재미있었습니다. 생협은 우리 학교가 훨씬 잘 되어있습니다. 여기 대학은 가격이 편의점 수준이라 깜짝 놀랐거든요. 그러면서 저는 정말 뼛속까지 동국대생이구나 싶었습니다. 여전히 모교가 좋거든요.

 

   결론은 우리 학교에도 인문고전추천도서코너가 생기고, 도서관이용 소음을 줄일 수 있는 편한(아마도 그만큼 비쌀) 의자로 교체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모교가 더욱 발전하길 바라는 졸업생 올림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