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 받을 용기>를 읽은 뒤 우리 클럽은 많은 얘기를 나눴다. 저자의 의견에 100%공감하는 학생도 있었지만, 나를 포함한 대부분 학생들은 저자의 의견에 100%동의는 할 수 없으나, 참고해야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 의미를 개인적 독후감 형식으로 알아보자.
20세기 초 프로이트는 의식의 세계로 국한됐던 현실에 ‘무의식’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소개함으로써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2015년 대한민국에서 그의 사상 중 많은 부분을 철저히 부정한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기시미 이치로·고가 후미타케의 공동 저작 <미움 받을 용기>는 현재 한국에서 무려 2015년 상반기 종합베스트 셀러 1위 및 현재 33주 연속 베스트 셀러 1위라는 무지막지한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베스트 셀러라는 말에 독자로서 당연히 호기심이 생기기 마련. 나도 그 책을 집어보았다.
우선 책의 표지에는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이란 말이 적혀있다. ‘자유’, ‘행복’ 등 인류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를 위한 ‘획일적’ 가르침의 뉘앙스가 강하게 풍겼다. 하지만 4페이지에 감수를 맡은 김정운 교수의 첫 문장 ‘먼저 분명히 해야겠다. 나는 미국식 자기계발서를 싫어한다.’를 보니 책을 펴보기 전의 부정적 생각이 조금은 누그러들었다.
추천의 말이 끝나니 본격적인 책의 내용이 시작된다. 형식은 청년(깨닫지 못한 자)과 철학자(깨달은 자)의 대화로 구성돼있다. 철학자가 청년의 주장을 묵살하고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자유롭지 않은’ 모습에 나는 반감과 동시에 의문이 들었다. ‘정말 행복하고 자유로워지는 길은 정해진 걸까? 그 방법대로만 살아가면 모두의 인생을 행복해질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문제의 원인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철학자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물론 특정 범위 내에서 개인의 태도 전환으로 해결되는 문제도 있다. 예를 들어 유년기 때 생긴 트라우마를 ‘용기’를 내어 스스로 극복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세상엔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나도 많다. 모든 개인은 ‘사회 구조’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구조’의 문제까지 개인 탓으로 돌려버린다면 너무도 잔인하지 않은가. 아쉽게도 본 책은 김정운 교수의 첫 말과 달리 여타 자기계발서처럼 ‘자유와 행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특정 이론에 입각한 주장을 전적으로 강요하고 있다.
‘인간은 분노를 지어낸다.’편의 상황 설정을 보자. 커피숍에서 책을 읽고 있던 청년의 상의에 웨이터가 커피를 쏟았고 평소에 큰 소리를 내지 않던 청년이지만 그 순간에 엄청나게 큰 소리로 화를 냈다. 청년은 이 상황을 ‘원인론’에 입각해 새 옷이 더렵혀졌다는 분노 때문에 소리를 질렀다고 말한다. 이에 철학자는 ‘목적론’에 입각해 청년이 ‘큰소리를 내기 위해, 큰소리를 낸 것은 웨이터를 굴복시키기 위해 화를 낸 것’이라고 반박한다.
청년은 ‘웨이터를 굴복시키겠다는 마음이 떠오른 게 분노 때문’이라고 철학자에게 재반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논쟁이다. 모든 사회과학의 이론에 진리는 없다. 자본주의의 발전의 핵심적 역할을 한 ‘분업’에 대해 마르크스는 ‘사회의 불평등과 갈등을 증폭시켰다.’고 평한 반면 뒤르켐은 ‘사회 구성원 간 상호의존성을 증대시키기 때문에 도덕적이다.’고 평가한다. 심리학 분야도 마찬가지다. 결국 설득력의 차이다. 가장 설득력 있는 이론이 주류가 되고 사회적으로 널리 퍼진다. 독자들은 자신의 현재 상황에 가장 설득력 있다고 판단하는 주장을 받아들이고 활용하면 된다. 예를 들어 본 책은 자신의 나약함에 반성하고, 스스로 무언가 해낼 용기를 얻길 바라는 사람에게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
본 책이 우리에게 기존과 다른 생각의 방식을 경험하게 한 것은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책의 이론이 삶의 모든 순간에 적용될 수는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삶에서 직면하는 사건들은 너무도 다양하고, 특수한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2011년을 강타했던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생각해보자. 당시 독자들은 그 책을 읽고 엄청난 힐링을 받았다고, 삶이 송두리째 바뀌었다고까지 얘기했다. 2015년이 된 지금 그 책은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가. 모든 자기계발서, 힐링 서적은 지금 힘든 순간을 잠시 잊기 위해 복용하는 스테로이드 같은 역할을 한다. 스테로이드를 과다 복용하면 부작용이 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글 / 신문방송학과 3학년 이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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