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7월 18일에 처음 모였다. 보통 한 달 주기로 만나니 원래대로라면 6월 중에 이미 한 번 만났어야 했지만 메르스가 기승을 부렸던 시기인지라 부득이하게 휴회했다. 덕분에 7월 모임에 책 두 권을 한 번에 하게 되었지만, 1일 1권이 거의 원칙처럼 돼 있다가 2권을 한꺼번에 하니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2002가 이번에 읽은 책은 '대만, 아름다운 섬 슬픈 역사'와 '이중톈, 중국인을 말하다'. 주제가 중국의 문학・역사・문화・정치・경제 등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중국 관련 도서를 골랐다. 책을 고르는 기준은 대체로 구성원들의 추천에 따른다. 교수님도, 학생들도 각자 한 권씩을 추천할 수 있다. 물론 원치 않으면 의견을 내지 않아도 된다. 사람 수가 많지 않아서인지 아직까지는 모두에게 고루 추천권이 돌아갈 수 있었다.


  토론은 주로 자신의 의견을 순서대로 한 번씩 말한 다음, 발언 중에서 논의를 확장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예를 들면, 「대만」을 하는 도중에 누군가가 ‘일제강점기’를 주요 주제로 언급한다. “대만에는 우리나라처럼 ‘일제강점기’가 있었지만, 우리나라처럼 혐오의 감정을 갖고 있지는 않다. 수탈 정도가 달랐고, 근대화에 도움을 받았으므로 일본을 좋게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 맥락에서 부제인 ‘슬픈 역사’에는 동의하기 힘들다”(교수님)고 말한다. 그러면 그 다음의 누군가가, 혹은 그 사람 이전에 말했던 사람이라면 발언권이 모두 돌아간 이후에, “대만의 역사는 수탈의 정도나 결과와는 상관없이 ‘제국주의의 희생양이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슬픈 것”(한서현, 불교12)이라고 반박한다. 그러면 둘 사이에 치열한(?) 논쟁이 벌어진다. 나머지 사람들도 언제나 거기에 참여할 수 있다. 물론 원하지 않으면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잠시 기다린 후 주제를 바꿀 수도 있다. 열심히 토론하기는 하지만 같은 주제가 몇 십 분 동안 이어진 적은 많지 않다. 아무래도 주제가 포괄적이다보니 이런저런 세부주제로 자주 넘어가고, 개인의 경험을 섞어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보통 한 번 모이면 1시간 반 정도 이야기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의견을 말할 시간은 충분히 주어진다. 


  2002는 이미 2014년 2학기에 일본의 문학・역사・문화・정치・경제 등을 주제로 활동한 적이 있다. 건강 문제로 이번 학기 활동을 쉬게 된 학우 외에 나머지 구성원은 같다. 이미 여러 권 같은 책을 읽은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번에는 토론 중에 앞서 읽은 책을 언급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공통된 배경지식이 있어서 가능한 거겠지만, 연속으로 참여하는 입장에서는 확실히 즐거운 일이었다.

  실제로 「이중톈」 중국인을 말하다'에 대해 토론하는 중에는 지난 학기 도서인 「국화와 칼」이 자주 언급되었다. 「국화와 칼」은 루스 베네딕트라는 비일본인 일본학자가 쓴 ‘일본’에 관한 책이고, 「이중톈~」은 중국인이 직접 ‘중국’에 대해 쓴 책이다. 관찰자와 관찰대상이 같고, 다른 만큼 책이 주는 느낌이 많이 달라서 그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다음 학기에 대만으로 교환학생을 떠나는 김정우(식산12) 학우가 ‘대만에서 이런 식의 글을 써보고 싶다’기에 모두 응원해주기도 했다.


  또 개인적인 경험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이중톈~」을 읽으면서 ‘학내 중국인 유학생과의 교류’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 동안 이해하기 힘들었던 사고방식 중에, 예를 들면 체면이라거나 집단의식이라거나 하는 것들이 있었는데, 이 책을 미리 읽었으면 중국인 친구들의 사고방식을 진작부터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을 거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러면 그 이야기를 들은 나머지 사람들은 거기에 공감하며 자신의 사례를 이야기하며 ‘보편’으로 이끌어 가거나, 다른 사례들을 이야기하면서 논의를 확장할 수도 있다.

  보통은 이렇게 열심히 이야기하다가, 배고플 시간이 되면 함께 점심을 먹고 모임을 마친다. 가끔은 김호성 교수님 연구실로 가서 함께 차를 마실 때도 있다. 책을 읽어가야 하긴 하지만 한 달에 한 번 정도라서 모임이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다.

  이런 2002에 대해서, 이번에 읽은 ‘이중톈’처럼 관찰자와 관찰대상이 동일한 입장에서 평하자면, 대체로 소소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라고 하면 어울리겠다. 이전에는 ‘독서토론’이라고 하면 왠지 발제를 해서 전투적으로 디베이트식 토론을 진행해야 할 것 같다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2002에 참여하면서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상적인 부분과 학술적인 부분을 섞어가며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것에도 분명히 어떤 매력이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학생 구성원 4명 중 2명이 다음 학기에 대만으로 교환학생을 떠나게 됐다는 사실이다. 사실은 축하할 일이지만 ‘2002’의 존립(?)을 생각하면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02에 대한 애정이 크기에, 신규 멤버들이 충원되어 또 새로운 색깔을 갖춰 나갔으면 좋겠다. 

글 / 불교학부 4학년 조현

 

사진은 모임을 끝내고 함께 밥을 먹는 모습. 원래는 토론 중에 찍었어야 하는데, 너무 몰입한 나머지 찍는 것을 잊어버렸다. 식사 도중에 생각나서 급히 찍었다. 왼쪽 아래부터 조현(불교 12), 김호성 교수님(불교학부), 김성훈(북한학 대학원), 김정우(식산 12), 한서현(불교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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