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문학을 하는가, 작가에게 묻는다면

   강연장을 빠져나오자 연등이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어느 초여름 날 저녁, <단 한 번의 사랑>의 작가 김홍신을 만나 강연을 들었다.

 “억만 가마니 팝콘이 동시에 터지는 곳에서, 꽃 멀미 하는 중이다.” 김홍신 작가는 이 글귀를 읽으며 강연을 시작했다. 제자들과 모여 있는 채팅방에 벚꽃 사진과 함께 올린 글이었다. “나는 사람멀미를 하고 싶다.” 작가는 가지가 휘청거릴 만큼 가득 피어난 벚나무 아래를 걷고 있었고, 문득 젊었을 적 몸을 던져 사랑하지 않은 것이 아쉬워졌다. 그는 젊은 것도 아니었고, 부양할 가족도 있었다. 사랑을 하고 싶어도 여건상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도 없었다. 두 번의 국회의원직, 국내 최초 밀리언셀러, 유수의 문학상 수상, 아무리 많은 성공을 거두었더라도 이 작품을 쓰기 전까지 아쉬움은 쉬이 가시지 않았다. <단 한 번의 사랑>은 작가의 이러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긴 시간 고심 끝에 집필한 작품이다.

 

 

   직접 겪지 않고도 작품을 쓰는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인지, 한 독자가 물었다고 한다. 작가는 한 어진 화가의 일화를 소개했다. 화가는 임금의 얼굴을 직접 보지 못하고 어진을 그리라는 명을 받는다. 그는 몸을 단정히 하고 몇 날 며칠을 향과 초를 밝히고 고심하다가 그림을 그린다. 초상화는 실제 임금과 같이 호위를 받으며 궁으로 보내졌는데, 한 번도 보지 못한 임금의 얼굴이 똑같이 그려져 있었다고 한다. 작가는 현대에도 향과 초를 밝혀 윤선도의 혼을 접해 그의 초상화를 복원한 화가가 있었다며, 예술가가 만나는 초월적 영감에 관해 설명했다. 다시 말해, 현실에 발을 붙인 간절한 상상의 힘은 현실을 새롭게 창조해낼 힘을 준다는 것이었다.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작가가 되고 싶었던 카프카는 소설 속에서 그 꿈을 이루었고, 헤밍웨이는 전쟁 중에 만난 간호사와의 결별을 소설 속에서 맺어 아이까지 낳았다. <단 한 번의 사랑>의 작가 김홍신 역시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것을 문학 속에서 이루고 있었다. 인생은 한 번뿐이고, 아무리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문학을 통해서라면, 지나간 삶을 다시 살아보고, 곧 다가올 삶도 미리 살아볼 수 있다. 왜 문학을 하는가, 학부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문예 동아리 활동을 하며 항상 이 질문에 답해야 했다. 강연을 들으며 내 나름 준비한 답에 확신을 할 수 있었다. 나에게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겠다. 한 번뿐인 삶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라고.

 

글 / 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 3학년 박태영
사진 / 인터파크도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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