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는 1학년 자유학년제를 운영한다. 교사인 나는 주제선택을 1주일에 2시간씩 블록으로 맡게 되었다. 아이들은 8주씩 1기, 2기로 나누어 주제선택 교양과목 7개 중에 선택해서 참가한다. 내가 선정한 주제는 ‘AI와 공존하기’였다. 아이들에게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어떻게 경험하게 할까 고민을 많이 하였다. 겨울방학 때부터 공부를 하고 워크숍에 참가하면서 준비했다. 이미 우리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경험하고 있는 AI를 찾아보고 체험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두려움보다는 기대와 희망을 갖고 준비하자고 말해 주고 싶었다.

 

"사당중 자유학년제 주제 'AI와 공존하기' 선택과 신청으로 본교 프로그램과 인연"

 

   프로그램을 기획하던 중에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동국대 중앙도서관이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으로 중학교 자유학기제 프로그램 ‘과학관 탐방 ; 항공우주 이야기’를 운영한다는 것이었다. 망설임 없이 바로 신청 하였다. 우주 항공 산업은 앞으로 무궁무진 AI와 함께하는 분야라고 생각했다.
  비슷한 성향을 가진 학생들이 지원하는 ‘창의력 수학반’ 선생님에게 제안했더니 흔쾌히 함께 하고 싶다고 했다. 주제선택은 1주제 당 24명씩 1기, 2기로 나누어 8주씩 진행한다. 무리인 줄 알지만 기회가 너무 아까워서 2개 반 48명을 2회 지원해 달라고 요청하였더니. 감사하게도 2번 다 지원해 주시기로 했다. 주제선택 첫 시간에 오리엔테이션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설명하고 학부모 안내문과 동의서를 받았다.

 

  첫 날, 다른 1학년 학생들의 부러움을 뒤로하고 한껏 기대하는 마음으로 과학관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강사이신 권기균 박사님과 인사 후 우주관학관으로 들어가면서부터 ‘아차!’싶었다. 아이들이 여러 가지 체험용 전시물을 정신없이 만지고 산만하게 흩어졌다. 유명하신 거장 앞에서 아이들이 산만하고 예의 없게 행동하지는 않는지, 지루해하지는 않는지 조마조마했다. 나는 주의를 주기에 바빴다. 그럼에도 박사님은 차분히 하나하나 우주비행에 관한 이론적 내용, 역사적 스토리를 풀어나가셨다. 처음에 숨바꼭질을 하듯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녀석, 아무거나 막 만지는 녀석, 친구들과 앉아만 있는 녀석들…. 무선송수신기를 차고 있어서 듣고 있던 아이들이 점차 가만가만히 박사님 앞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열심히 쳐다보고 관찰하며 질문하며 집중하기 시작했다.

 

"과학관 권기균 박사님과의 만남으로 아이들, 관찰 집중하며 자신의 생각을 넓혀" 


  1부 설명을 듣고 나서 아이들은 ‘하나 고르기’ 탐구활동을 하기 위해 활동지를 들고 흩어졌다. 각자 관심 있는 주제를 선정하여 탐구보고서를 작성했다. 분명 학교에서는 산만하고 장난꾸러기인 녀석들도 관찰한 내용을 그림으로 묘사하고 내용을 정리해보고 분석해보면서 자신의 생각도 적어보았다. 우리는 그날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알찬 보고서들을 받으면서 보람 있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뿌듯했다. 동국대 중앙도서관에서 사주신 아이스크림을 받아들고 힘차게 인사하며 가는 아이들을 배웅하였다.

 

 

  두번째 날에는 학교에서 워크숍으로 운영했다. 24명도 집중해서 수업하기 어려운 1학년 악동들 48명이 책상과 의자를 빽빽이 갖다 놓은 진로교육실에 모였다. 이런 환경에서 박사님이 강의하실 수 있을까 걱정했다.

 

"1학년 악동들이 워크숍 우주비행 강의에 즐겁게 몰입하는 모습에 감탄해"


  우주비행에 대한 이론적 강의를 시작하셨다. 아이들은 설명을 듣고 퀴즈를 맞추고 토론하며 아이디어를 정리해서 발표하면서 즐겁게 몰입했다. 아이들은 사로잡는 유머나 크고 근엄한 목소리도 아니고, 간식이 없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잔잔한 목소리와 인자한 미소를 띠고 말씀하시는데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진정성 있으면서 깊이 있는 연구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아이들도 구분할 줄 알았고 존중했다. 그리고 박사님의 이야기가 아이들의 지적인 호기심을 조용히 자극했던 것 같다. 지켜보던 나와 동료 선생님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우리가 아이들의 내면의 호기심을 무시했던 것 아닐까 반성도 많이 했다.

 

"동국대 도서관과 권기균 박사님 통해 호기심, 희열, 몰입, 토론의 즐거움 경험"


  올해 우리 학교 아이들은 참 복이 많다. 96명이면 1학년 전체학생의 거의 2/3에 해당한다. 이 아이들은 올해 동국대 중앙도서관과 권기균 박사님의 덕분에 ‘숨겨진 호기심 발견, 지적인 활동의 희열, 스스로 찾는 탐구의 몰입, 함께 토론하는 즐거움’이라는 고급 진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교사인 나도 아이들에게 진정한 교육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는 값진 경험이었다.

 

  동국대학교 중앙도서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리고 이렇게 좋은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을 지원해 주시는 것이 학교에 큰 힘이 되니 계속해주시기를 교사의 한사람으로써 부탁드린다.

 

글 / 사당중학교 교사 김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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