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아주 귀한 수업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대학원의 서지학 수업을 하던 중 고서(古書)를 직접 보고자 마련된 자리였다. 수업에 대해 아주 짧게 정리하자면, ‘책’에 대하여 배운 시간이었다. 역사학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 바로 고문서·고서·금석문 등의 사료(史料)이다. 당대의 현실이 반영된 사료는 그 안에 담고 있는 내용뿐만 아니라, 그 존재만으로도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낱장 안의 글자들은 어떻게 쓰고 인쇄했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책의 형태로 만들어냈는지 파악하는 것도 사료 해석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대학원 서지학 수업과 연계하여 중앙도서관의 '고서'를 직접 보게 돼" 

 


 우리가 보통 옛날 책이라고 하는 것들에는, 목판이나 활자판으로 인쇄한 후 책등에 몇 개의 구멍을 뚫고 끈으로 꿰매어 만든 책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동양에서 만들어진 최초의 책은 대나무 편과 나무 조각을 가죽으로 엮어 만들어졌다. 그러다 종이에 글을 쓰고 두루마리로 말아서 읽었으며 그 후에 다양한 사간(寫刊), 장정(裝幀) 형태의 책이 나온 것이다.

 

 

"형태가 계속 바뀌는 '책의 역사'가 휴대폰의 역사와 닮아 보여"

 

 

 이는 마치 휴대폰의 역사와 닮아 보였다. 벽돌만한 크기에 무전기처럼 안테나를 쑥 뽑아 쓰던 것이 작게 반으로 접은 폴더 형태와 키보드가 안쪽 면으로 들어가는 슬라이드 형태의 휴대폰이 되고, 나중에는 하나의 화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스마트 폰으로 발전해왔던 것처럼 말이다.

 


 

 

 


 '책의 역사’에 대한 수업을 듣고, 고서를 직접 읽어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고서실 안은 마치 보물창고와 같아 보였다. 역사학 연구의 시작점에 갓 선 입문자로서 이야기하자면, 앞으로 사료를 어떻게 대하여야 하는지 몸소 배운 시간이었다. ‘무엇’을 썼는가에만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그 무엇을 ‘어디에’ ‘어떻게’ 기록하였는지부터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마치 보물창고와 같은 고서실의 첫 방문, 사료를 대하는 방법도 배워"

 

 우리 학교는 문헌정보 계열의 학과가 없기에 교양이나 전공 수업을 통해 서지학이라는 학문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다. 하지만 우리 학교 도서관에는 고서가 많이 소장되어 있다. 이러한 장점을 살려 고서를 직접 만져보고 읽어보는 체험과 더불어 그와 관련된 강의를 커리큘럼화시켜도 좋을 것 같다. 역사학뿐만 아니라, 다른 분과의 학생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글 / 전효진(일반대학원 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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