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1] 석보상절 권23 본문                              [그림 2] 석보상절 권23 권수제 

 

 

 중앙도서관에서는 ‘우리가 가진 소중한 문화유산의 재발견’이라는 주제로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여러 가지 고문헌 자료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두 번째 시간으로 우리도서관에 소장된 보물 523-2호 “석보상절”(釋譜詳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본교 도서관 소장된 보물 523-2호 

 

 석보상절”(釋譜詳節)

 

 

 석보상절은 석가모니의 일대기와 주요 설법을 최초로 한글로 번역하여 편찬한 책입니다. 서명의 ‘석보’는 석가의 연보로서 일대기를 가리키며, ‘상절’은 긴요한 것은 자세하게, 그렇지 않은 것은 간략하게 썼다는 뜻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이 책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자서전을 최초로 한글로 편찬한 책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모두 24권으로 추정되는데, 아쉽게도 전체가 전해지지 않아 완질을 갖추고 있지는 못합니다. 당시 인출된 초간본은 현재 총 6권이 전해지고 있는데, 국립중앙도서관(보물523호)에 권6, 권9, 권13, 권19, 동국대 중앙도서관(보물523-2호)에 권23, 권24이 있습니다. 초간본이자 유일본이기 때문에 자료의 희소가치가 매우 높을뿐더러, 특히 우리 대학 도서관은 현전하는 마지막 권을 소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의의가 있다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이 간행되게 된 이유는 1446년(세종 28) 세종의 비 소헌왕후(昭憲王后)가 사망하자, 부인의 명복을 빌기 위하여 세종이 수양대군에게 석보를 만들어 한글로 번역하게 하였는데 수양대군이 신미(信眉), 김수온(金守溫) 등의 도움을 받아 기존에 편찬된 석가일대기 문헌들을(僧祐 撰 『釋迦譜』, 道詵 撰 『釋迦氏譜』 등) 참고하여 새롭게 편찬한 것으로 월인석보의 서문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불교의 폐단을 비판하고 성리학의 이념 위에 세워진 조선의 왕실에서 왕비가 사망하자 왕이 직접 부인의 명복과 극락왕생을 기원하기 위해서 부처의 일대기를 한글로 편찬했다는 것은 자칫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형제들끼리 목숨을 빼앗고 많은 피를 흘려가면서 안정을 찾아가던 조선 초기 왕실의 복잡한 상황 속에서 종교적인 의지처로서 불교를 선택하고 믿었던 점은 어찌보면 인간적으로는 당연한 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책의 내용은 석가족의 연출(緣出)로부터 석가모니의 전세 이야기, 그리고 현세에서의 석가모니의 탄생, 성장, 출가, 성불, 멸도에 이르기까지의 일대기와 석가모니 사후의 경률(經律)의 결집(結集), 불법(佛法)의 유포 등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다른 경전 등에서 석가모니가 설법한 주요 불경 내용이 석가의 일대기 속에 함께 실려 있어 기존에 편찬된 문헌들과 차이를 보입니다.

 

 

 "석가모니의 일대기와 사후 경률의 결집, 불법, 유포 등, 석가모니가 설법한 주요 불경 내용이 석가의 일대기 속에 함께 실려 있어 기존 문헌들과의 차이점을 보여"

 

 

 우리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던 책은 원래 충북 보은 법주사에 장호(壯昊)스님이 소장하고 있던 것을 청주 용화사 주지 영주(永周)스님이 전수받아 비장(秘藏)하고 있다가, 1966년 안성 칠장사의 김의정(金義淨) 주지에게 전해진 후 동국대학교 동악어문학회(東岳語文學會)를 통해 학계에 소개되고 이후 동국대학교 중앙도서관으로 소장처가 옮겨오게 되었습니다. 이와 관련된 자세한 경위는 1969년에 영인본을 간행하면서 발행한 해제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석보상절은 불교사, 국문학, 서지학 분야에서 중요한 사료적 가치를 지닌 자료입니다. 불교사에서는 당대의 석가일대기 관련 문헌을 참고하여 새로 편찬했다는 의미가 있으며, 국어사적으로는 15세기 중엽의 국어 연구 및 한자음 연구에 중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서지학적으로는 최초의 국문 활자본이란 점에서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있습니다.

 

 

[불교사] 당대 석가일대기 관련 문헌 참고하여 새로 편찬

[국문학] 15세기 중엽 국어 연구 및 한자음 연구에 중요한 자료 제공

[서지학] 최초의 국문 활자본

 

 

 석보상절은 이후 세조의 명에 의해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과 합쳐져 ‘월인석보’(月印釋譜)라는 새로운 책으로 편찬되며, 월인석보에 관한 내용은 다음 시간에 상세히 다루고자 합니다.

 

 

[참고자료]
1. <국가기록유산>(www.memorykorea.go.kr) ‘석보상절’ 해제
2.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석보상절’

 

 

정왕근 과장(중앙도서관 학술정보서비스팀), Tel.2260-8621, E-Mail : kgt10@dongguk.edu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