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 교수 - 강태원 교수

 

"은 인생의 스승이다. "

   중앙도서관 동국의 지성팀은 우리대학의 물리학 교수이자 연구강화위원장인 강태원 교수님의 연구실을 방문하였다. 40년 만에 찾아온 추위 때문인지 캠퍼스 곳곳이 꽁꽁 얼어붙어 있었지만 강태원 교수님의 연구실은 창조에 대한 열정으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었다. 교수님이 직접 타주시는 따듯한 커피한잔과 함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1.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책의 정의, 책의 힘, 다른 매체와 비교하여 종이책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책에 대해 인터뷰를 한다고 연락이 와서 가슴이 덜컹내려 앉고 양심의 가책부터 느꼈습니다. 얼마나 책을 멀리하고 살았나 하는 자기반성 때문이지요. 첨단정보화시대에 살면서 책을 가까이 하지 못하는 사람이 비록 나뿐만은 아니겠지만 책에 대해 인터뷰를 한다고 하니 얼굴이 화끈거리는 걸 느낍니다.

요즘에는 첨단 정보화 기기가 책을 대신 읽어주는 역할까지도 해서 책 제목과 저자를 검색하기만 하면 그 책의 내용요약과 저자가 무엇을 얘기하려고 하는지 까지도 정리해 주니까 옛날처럼 책을 읽고 감동을 받아서 잠 못 이루거나 때론 자기 자신을 반성하고, 때론 자기 자신도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된 듯이 고뇌에 찬 모습으로 돌아다녀 볼 수 있는 기회가 적은 것 같아 현재 학생들의 독서환경이 안타깝습니다.

사실 나는 학창시절(사실은 솔직히 고등학교를 안다녀서 고등학생 시절은 없지만) 대학에 가서 어떤 전공을 선택할 것인가를 결정할 때 마침 한때 읽었던 "개선문" 이라는 책이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여러 학문 중에서 우리나라에서만 인정받는 학문보다는 세계인과 경쟁을 하는 학문을 하겠다고 결정하여 이공학, 그 중에서도 원리부터 이해하고자 이공계통의 기초학문 중에서도 제일 기초학문인 물리학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그때 읽은 책 한권이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였으니 책의 힘이란 대단하다고 할 수 있지요.

종이책의 미래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솔직히 요즘 내가 연구하고 있는 것이 종이에 메모리 소자나 스위칭 소자 그리고 RF-ID소자 등 첨단 정보화소자 인쇄방법으로 인쇄하여 요즘 상품에 많이 사용하고 있는 Bar Code 또는 Quick Response(QR)code 대신 printing RF-ID에 대해 연구하고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종이의 응용을 통하여 오직 책을 인쇄하는데만 사용하지 않고 반도체나 정보소자를 프린팅 하여 사용하겠다는 것으로서 종이책은 나름대로 계속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왜냐하면 첨단 정보화기기를 통해 순식간에 만을 정보를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감동이나 어려운 수학을 사용하여 함축해놓은 물리학을 정보화기기를 사용하여 몇 초만에 이해하기란 쉽지 않거니와 또한 문장을 함축해놓은 시들을 읽으며 머리로 이해하거나 가슴으로 느끼는 감동은 종이책을 통해서 전달되는 것이 더 깊이가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2. 전공과 더불어 즐겨 읽는 분야가 있다면?

   제 전공이 물리학인데 물리학은 자연현상을 이해하고 가능한 간단히 설명하는 것으로서 이 목적을 위해 사용되는 도구가 수학이잖아요. 자연현상을 말로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보다 가능한 간단한 수학공식으로 기술해 놓았기 때문에 처음 물리학을 접하는 학생이나 일반인들은 수학공식만 쳐다보고 너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만 이렇게 모든 것을 함축해 놓은 것에 습관이 되어 있어서 문학서적도 장편소설보다는 시를 좋아하고 가끔 언어가 함축된 시를 기억하며 그 작은 단어로 상징되는 많은 의미를 떠올리며 감동하곤 합니다. 예를 든다면 서정주시인의 “꽃밭의 독백”에서 ‘...벼락과 해일만이 길일지라도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에서 보듯 그냥 지나쳐 버릴 수 있는 자연현상인 꽃 피는 것을 이렇게 오묘하게 문장으로 표시할 수 있다는 것을 보고 감탄을 하기도 하지요.

 

3. 자신만의 책을 읽는 습관이나 노하우가 있다면?

   전공이 자연현상을 함축시킨 것을 풀어서 이해하여야 하므로 자연히 정독을 하게 됩니다. 이것이 과도하게 발전하여 책의 모든 문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암기해 버린 적도 있었습니다. 물론 전공서적이어서 그랬겠지만 아무튼 저의 독서 습관은 다독보다는 정독을 하는 편입니다.

 

4. 교수님의 책이 있는 연구실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동료 교수들의 연구실을 방문하고 각자 취향이 다 다름을 느낍니다. 그 연구실에 놓여 있는 물건들을 보며 책으로 가득한 연구실에서 풍기는 고서에서 나는 향이 그 교수의 몸에 벤 지식에서 나오는 향기처럼 느껴져 그 분위기에서 그 방의 주인이 존경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그러나 내 연구실에는 유감스럽게도 전공서적과 연구보고서만 가득 쌓여 메마른 내 정신세계를 스스로 부끄러워하고 있는 중입니다.

  

5. 연구실에서 책을 보관하기 위한 자신만의 분류법이 있으신지?

 

    그동안 유난히 책에 대한(대부분 전공서적이지만) 욕심이 많아서 책을 연구실에 보관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고 나서야 아예 물리학과 도서실에 전부 기증하고 말았습니다. 연구실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만은 아니고 언젠가 그 책을 구하느라 몇일을 수소문하고 애쓰다가 겨우 구한 책이 뽀얗게 먼지를 쓰고 있어서 도대체 저 책을 안본지가 몇 년이나 되었으며 앞으로 또 언제 저 책을 볼 수 있을까 생각하니 괜히 내 욕심에 보지도 않는 책을 가뜩이나 비좁은 내 연구실에 먼지를 씌워서 보관하는 것보다 학생들이라도 볼 수 있도록 학과 도서실에 기증하고 말았습니다.

 

6.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진정한 지식과 지식인으로서의 소명은?

     저는 전공이 자연과학을 이해하는 물리학자이지만 자기가 습득한 지식을 자기만 혼자 깨닫고 만족하지 말고 지식을 학생들에게 전달하거나 이 지식을 활용하여 인류에 이롭게 하는 소위 홍익인간을 목표로 살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때 자기가 아는 지식을 어설프게 알고 있으면 전달할 때 더듬거리며 상대방에게 잘 이해를 못시키는 경우가 있으며 이것은 자기가 그 현상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들어 특히 이공계통을 선택하는 신입생들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데 그 첫 번째 이유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과 취업하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이것은 고등학교 선생님들이 이공계 과목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잘 전달하지 못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7. 교수님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인생의 책’ 5개를 고른다면?

 

 

   첫 번째는 헤르만헤세입니다. 저는 한때 헤르만헤세에 푹 빠져서 헤세의 많은 책들을 읽고 감명을 받았는데 그 중에서도 데미안에서 던지는 메시지, “진정한 삶을 위해서 병아리가 알을 깨고 세상에 나오기 위해서 온힘을 다한다"는 것이 내 인생 살아가는 기본철학이 되었으며 모든 하찮은 일에서도 나는 최선을 다한다는 습관은 이때부터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루쉰의 “아큐정전”입니다. 루쉰은 중국인의 습성과 인간성을 꼬집기 위해 아큐라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중국인들이 속물근성이고 바로 코앞만 쳐다보며 먼 안목을 가지지 못하고 사는자 라는 것을 일깨워준 작품으로 이것은 비단 중국인만을 지적한 것이 아니고 저까지도 예외일수 없다는 자기반성과 먼 앞날을 보며 살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세 번째는 레마르크의 개선문니다. 외과의사인 라비크의 의사정신을 보고 나도 다른 사람을 위해 무언가 보람있는 일을 하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이공계학문인 물리학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네 번째는 앙드레지드의 좁은문입니다. 넓고 편안한 길을 두고 좁은 길을 선택하고 기꺼이 그 길을 가는 것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어준 책입니다.

다섯 번째가 단편이지만 황순원의 소나기입니다.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듯했고 머릿속에 아직도 생생히 남은 순수한 소년의 얼굴이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습니다.

 

8. 교수님께서 제자들과 나누고 싶은 책 5개를 추천해주신다면?

 

   책의 종류는 중요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취향이 다를 것이고 독서를 즐길 시간적 여유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지금 스스로 생각해보면 아무리 바쁘더라도(대부분 학생들이 한가한 소리 하고 있네 라고 하겠지만) 독서 후에 무언가 가슴에 남을 책을 읽어보기를 바랍니다.

굳이 추천한다면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루쉰의 “아큐정전”, 알베르카뮈의 “이방인”, 전혜린의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톨스토이의 “부활” 인데, 데미안과 아큐정전에 대해서는 앞에서 설명했고요,

알베르카뮈의 “이방인”은 앞에서 말한 철학개론 시간에 담당교수님이 실존철학을 설명하시면서 학생들에게 실존철학을 이해하려면 이방인을 읽어보라고 권하셔서 읽게 되었습니다. 그때 주인공 뫼르소가 따가운 햇살 아래에서 총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대목에서 교수님이 살인의 동기가 그저 햇살이 따가워 살인을 했다고 설명하여 그 당시 학생들은 선생님의 이 말씀을 매우 충격적으로 들은 기억이 나고 이것을 이해하면 실존철학을 조금이나마 이해 할 수 있다는 말씀도 기억에 남기 때문입니다.

전혜린의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전혜린이란분의 얘기도 역시 철학교수님이 실존철학의 대표적으로 니체를 예로 들었는데 니체는 이해하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그 당시 나는 독일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는데 뭔헨을 수채화처럼 설명해 놓은 전혜린씨의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를 큰 감동으로 읽었던 것으로 기억하며 전혜린씨를 꽃으로 비유한다면 베고니아나 글라디올라스처럼(잘 아시겠지만 이 꽃들은 자기 멋에 취해서 까맣게 타들어가서 스스로 꽃이 떨어지는 생명의 끝이 너무나 자극적인 임종을 하여 나는 내 인생을 스스로 태워 버리는 그 꽃들처럼 살다 갈 것이라고 다짐을 하곤 했었습니다. 또 불꽃처럼 살다간 사람으로 기억하며 이분의 일기장 같은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는 여운이 길게 남는 책으로 기억이 됩니다.

끝으로 톨스토이의 “부활”은 너무도 잘 알려진 책이지만 일반적으로 러시아 작가들의 책을 읽으면 배경과 등장인물이 방대하여 처음에는 무슨 내용인지 모르다가 나중에 주인공 및 배경을 이해하게 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거기까지 참고 책을 끝까지 보게되면 나중에는 스토리가 재미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게 되지만 대부분 지루해서 독서를 중단하고 맙니다. 그러나 톨스토이의 “부활”에서는 카츄샤라는 여자를 등장시켜 이야기를 기술하는데 이 카츄샤가 한편으로는 가엾기도 하고 앞으로의 이야기 전개가 궁금하여 잠을 못 이룬 기억이 납니다.

 

9. 끝으로 우리대학 교수로서 제자들에게 독서에 대해 하고 싶으신 말씀은?

 

   지금 생각해보면 대학시절 많은 과목을 수강했지만 기억에 남는 것이 철학과목 시간에 실존철학에 관한 강의와 문학강의만 기억에 남아있는 듯합니다. 그리고 내 인생에 이정표가 되어 내가 물리학의 길에 들어서게 된 것도 시작은 한권의 책을 읽고부터입니다. 어린시절 거의 왕따 노릇을 당하면서도 나를 지켜나갈 수 있었던 건 그 때 읽은 데미안의 주인공처럼 그리고 또 개선문의 주인공처럼 내가 혼자라는 것에 좌절하지 않고 참고 견디게 할 수 있는 위로제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렇게 책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하는가 가르쳐주는 무언의 친구이자 선생님이라고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 좋은 학교란 선생님들이 잘 가르치기 보다는 구성원인 학생들의 자질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요즈음은 잘 모르겠지만 옛날에는 남산국립도서관에 입장하려고 새벽부터 줄서서 기다렸던 생각도 나고 그렇게 해서라도 꼭 그 도서관에 들어가는 이유는 그 도서관에 들어가면 모든 학생들이 숙연해서 정신을 집중해서 독서를 하고 있는 분위기 때문에 정독을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었는데 학생 여러분들도 도서관 출입을 습관화하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한가한 사람보다 바쁜 사람이 독서를 많이 하고 또한 바쁠수록 책을 읽는 것이 기억에 남고 독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을 참고삼아 기억해 두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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