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클릭 한 번에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처럼 주체할 수 없이 쏟아지는 정보의 대폭발 속에서 누가 아직도 도서관을 이용할까? 

나는 아직도 도서관을 너무나도 잘 이용하고 있다.

천성이 호기심이 많고 산만한 성격이라 도서관은 나의 최애 여행지이자 친구이다. 거기엔 말도 잘하고, 뇌가 섹시한 이들에 더해 온갖 캐릭터에 비주얼도 좋은 샘들과 친구들로 넘쳐난다. 

거기다 요즘은 부탁만 하면 직접 사무실로 찾아오기까지 한다. 너무 좋다. 

때론 근엄하시지만 존경하는 분이, 때론 말솜씨 좋은 친구가 직접 내 방에 찾아와 가르침을 베풀어 주시고 같이 놀아주는 걸 기다리고 있노라면 택배로 주문한 물품 배송을 기다리는 것보다 정말로 33배는 설렌다. 

저번 학기에 ‘서양미술 대전집’이라는 엄청난 고액 연봉 교수님들을 초빙했으면 한다고 염원했었는데, 도서관 선생님들의 힘든 노력으로 염원이 이뤄졌다. 그분들이 오신다는 소식을 먼저 알려주셔서 한두 달간 설렘으로 아침마다 인증서 로그인을 했었다. 그리고 29분 모두를 친견했을 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그리고 그 감동은 어느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나만의 비밀 추억으로 남기고 싶다.

또 전에는 세계 최고의 신화 학자이자 기호학자인 움베르토 에코님께 ‘중세’에 대한 가르침을 청했는데 준비가 되시자마자 내 사무실로 왕림하여 주셨다. 하물며 작년에 돌아가셨는데 부활하시니 정말 감동이었다.

단지 내방에 오셨다가 가시는 분들이 진이 빠져 가시는 것 같아 많이 죄송할 뿐이다. 


교법사 진우스님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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