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 최고의 명절이라고 일컬어지는 추석 명절이 지났다. 두터운 옷을 입고 다녀야 할 날이 멀지 않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이처럼 명절이나 제례는 우리에게 생활의 채비를 미리미리 해야 함을 넌지시 알려주는 나침반 역할을 오랫동안 해왔다.

 

   또한 이 즈음해서 여러 미디어에서 “독서의 계절”임을 알리는 다양한 메시지를 접하게 된다. 그러한 메시지를 접한 우리들은 대형 서점이나 온라인 서점을 방문하거나 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도서관은 명절이나 제례, 축제나 공연처럼 반복되고 잊혀지는 주기적인 리듬을 가진 공간이라기보다는 우리의 일상의 저류(低流)와도 같은 장소이다.  

   바쁘게 움직이고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들의 삶과 생활, 집단과 사회가 흔들리지 않고 한 발짝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은 바탕이 되고 토대가 되는 것들의 튼실한 버팀이 있어서이다. 단지 그러한 사실을 바쁨과 혼란 속에서 우리가 잊어버리고 있을 뿐이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연원하여 우리에게 이르기까지 인류는 획기적인 사건들을 창출하면서 이전과 다른 문화를 생성하고 새로운 문명을 만들면서 진화와 진보의 깔딱고개를 넘어왔다. 고비마다 중요한 역할을 한 것에 다양한 이론이 있겠지만 공통적 요소를 든다고 한다면 언어와 문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류가 언어를 갖게 되면서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 등 인간의 신체를 통해서 얻은 온갖 정보를 언어로 상호 소통하면서 생활이 윤택해지고 삶이 활기차게 됨에 따라 우리의 의식과 사고는 무엇인가로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 수가 있었다.

 

   각고의 노력 끝에 문자를 소유하게 되면서 언어로 표출된 다양한 정보를 문자로 재현할 수 있게 됨에 우리의 신체와 생활로부터 얻은 지식을 세대를 넘어 전달할 수 있게 되었고 축적된 지식은 문화와 문명의 세례를 거치면서 사상과 철학으로 발전을 이루게 되었다.

 

   도서관은 바로 인간의 신체가 얻는 다양한 정보를 언어로 표출한 것을 문자로 재현하여 재구축한 장소이다. 거기에는 인간의 신체가 보고, 듣고, 느끼고, 맡고, 맛보고 생각한 온갖 산해진미가 가득한 곳이다.

 

   나는 지금 그 산해진미를 맛보기 위해 동악의 한 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중앙도서관에 가고 있는 중이다.

 

 

 송 민 수 (바이오메디캠퍼스 바이오약학대학 교학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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