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좋아하는 단어가 있다. ‘소확행(小確幸)’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이다.
  원래 소확행이란 말은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에세이 ≪랑겔한스섬의 오후(ランゲルハンス島の午後)≫(1986)에서 쓰인 말로, 바쁜 일상에서 느끼는 작은 즐거움을 뜻한다.

  

  고급차, 넓은 아파트와 같이 타인의 기준과 눈높이에 맞춘 행복이 아니라, 개인 각자의 삶에서 느끼는 소소한 행복을 말한다. 추운 겨울 언 손을 녹이는 따뜻한 머그컵의 온기나 화창한 주말 오후 소파에 누워 듣는 놀이터의 아이들 웃음소리 같은..

 
  소확행이 ‘자기 만족’ 또는 ‘자기 위안’일 수도 있지만 찰나의 순간들을 감사함으로 마음을 열고 바라볼 때, 행복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 소·확·행 (小確幸), 작지만 확실한 행복"

 

 

   나에게는 우리 학교 도서관에서만 느끼는 소확행이 있다. 

   나는 도서관 서가를 들어설 때 마다 애인을 만나는 것 같은 기대감과 떨림이 공존한다.
'어떤 책이 나를 기다려줄까, 어떤 지식과 지혜를 만날 수 있을까'  그리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만난 한줄기 빛 같은 지식은, 목말랐던 내 갈증을 시원히 해소해 준다. 그러니 어찌 도서관 서가에서 무덤덤할 수 있을까? 


   또한 도서관 서가에서만 맡아지는 은은한 책 냄새 앞에서 나는 겸허해 진다. 이제 막  나온 신간의 인쇄용지 냄새와 30년 전 발간된 누런 책 속에서 나는 바스락거림... 얼마나 많은 이들이 불면의 밤을 통해 고뇌하고 연구했는지 그 책의 두께와 빛바램을 보고 있노라면 감히 내가 뭘 더 안다고 잘난 체 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책을 읽는 중간 중간, 내가 공감한 글귀에 먼저 읽은 누군가가 연필로 밑줄을 그어놓았을 때.. 나와 공감한 미지의 그 사람에게 난 조용히 웃어준다. 나만의 책을 보는 것보다 누군가와 공감하며 책을 보는 기쁨을, 도서관이 아니면 느낄 수 없다. (그렇다고 책에 낙서하는 것은 안됩니다~)

 

   도서관 서가에서만 느끼던 소확행은 요즘 도서관 곳곳에 마련된 세미나실과 복합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

   테마도서 서가에서는 최신 트랜드와 특정 주제의 도서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행복을 가져다 준다. 전시공간에는 수준 높은 작품들을 통해 우리의 안목까지 높여준다. 거기다 언제 어디서나 너무 친절한 중앙도서관 선생님들의 서비스는 칭찬이 부족할 정도이다.

 

   인간에게 행복은 영원한 파랑새이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불행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무 것도 없지만 행복한 사람이 있다. 행복의 기준을 어디에  두고 살아야 할 지 나는 도서관에서 깨닫는다.

 

 

글 / 박서진 (연구처 산학운영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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