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는 나에게 낯선 도시였다"

 

 

 

    전주는 나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선 도시였다. 그 이유는 25년간 매년 할머니를 뵈러 전주를 내려가는데 그곳을 여행해보고 둘러본 적은 없기 때문이었다. 차 속에서 보는 전주가 아니라 그 곳의 바람을 느끼고,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며 제대로 숨을 쉬어보면서 하늘을 쳐다보고 싶었다. 그것이 내가 이번 독서문학기행을 신청하게 된 이유였다.

 

   처음 우리가 전주에서 방문하게 된 장소는 한옥마을이었다. 한옥마을을 걸으면서 느낀 것은 관광에 특화된 장소라는 것이었다. 우선, 전통한옥양식을 볼 수 있고, 역사 깊은 장소들, 차도가 넓지 않은 보도위주에, 길 사이사이에 놓여진 많은 골목길 또 여러 먹을거리 등은 사람들을 끌어당기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걷다 보니 좋은 면만이 아니라, 이면도 생각하게 되었다.

 

   상점들의 물가는 손쉽게 사기엔 비싸고 또 골목길에는 ‘매매’표시가 붙은 비워진 여러 건물들이 있었다. 서울서도 인기가 있는 장소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 인기에 따른 높은 월세로 상인들과 그 곳의 주민들이 쫓겨나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혹시 전주도 그러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또한, 마을의 주민들은 발전을 원할 수도 있을 텐데 억지로 전통양식을 강조하면서 보수적인 입장을 만드는 게 아닐까라는 걱정도 들었다.

 

  밤에는 남부시장을 방문하게 되었다. 시장에 가기 이전, 예전에 정부에서 백화점에 밀려 시장에 가는 사람이 적어지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시장(市場)경제 활성화’라고 여러 대책을 내놓은 것을 기억했다. 남부시장도 혹시 다른 시장처럼 사람이 적을까 걱정이 들었는데, 딴 세상 얘기였다. 시장 곳곳에서 사람들이 북적이면서 상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시장에선 매주 금,토요일에 야시장을 연다는데 야시장 속 이색적인 음식들로 젊은이들을 끌어오는데 성공한 것 같았다. 또 시장 위엔 청년 몰이라고 젊은 예술가 및 상인들의 가게가 있었다. 청년실업의 해소법으로 청년들을 위한 장소를 내주고 젊은 감성으로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것 같았다. 또한 남부시장과의 좋은 시너지 효과로 서로 사람들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아 감탄했다. 시장에 보러온 사람이 청년 몰을 가고, 청년 몰을 가보고 싶은 사람이 자연스레 시장도 가 볼테니 말이다. 이전에 전주는 정적이고 작은 도시라고 생각했는데 이곳 남부시장에서만큼은 굉장히 역동적이고 생동감있는 도시의 면모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둘째날, 아침밥을 먹고는 덕진공원을 가게 되었다. ‘공원이 얼마나 볼만하면 가는 거지?’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짙었는데, 평범한 공원이 아니었다. 연꽃이 펼쳐진 호수. 벤치의 방향은 모두 잔잔하기만 호수를 향해있어서 누구든지 대화에 집중하거나 자신의 생각에 온전히 몰두할 수 있는 공간인 것 같았다. 근처에 있는 전북대생들이나 시민들의 아지트일 것 같아 좋은 공원의 표본인 것 같았다.

 

  전주한지박물관에서는 몰랐었던 한지의 탄생과정과 그 위대함을 알 수 있었다. 한지는 원료가 질기기도 하지만, 한지를 뜨는 과정서 배열판의 섬세한 배치로 종이가 더 튼튼하게 생성된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진부하고 상투적일 수 있으나 한지를 보면서 우리 조상님들이 얼마나 섬세한 분들이셨는지 감탄했다. 또 한지라는 것이 종이라는 편견을 넘어 일종의 첨단소재의 일환으로 쓰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팔복예술공장이라는 낯선 장소를 그 다음에 가게 되었다. ‘예술공장’이라는 것이 흔치 않은 단어라 어떤 장소일지 궁금했는데 작가들의 전시회가 열리는 일종의 전시관이었다. 이전에는 부지가 폐공장의 형태로 남아있었다고 한다. 처리문제로 굉장히 난처 했을터인데 이를 예술가들의 전시회로 만들어 흉물이 아닌 명물로 탈바꿈했다. 건물들이 세련되고 감각적이게 지어져있지만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전시장소들의 특징이었다. 바로 지붕이 없거나 벽의 일부가 없는 전시 공간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원래 벽이 있었던 공장은 폐쇄적이고 답답했다면 ‘우리는 그 곳을 사람들에게 개방할거야! 그 근거로 공간을 감추지 말고 보여주자.’라는 건축가의 취지가 느껴졌달까. 열린 공간이 됨으로써 새롭게 의미를 찾은 팔복예술공장의 큰 특징인 것 같다.

 

   전주에 가게 된다면 아마 낮은 건물들, 그 때문에 보이는 하늘들에 여유를 찾게 될 것이다. 전통이 살아있는 마을서는 시간이 거꾸로 가는 느낌이 들것이고, 그 때문에 느린 도시 라고만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남부시장, 예술공장 등 누구보다도 도시의 활성화에 애정을 갖고 임하는 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굉장히 힘 있는 도시임에 놀라게 될 것이다.

 

  여행 중간 중간에 여유시간을 주어서 나를 수동적인 입장이 아닌, 이런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게 해준 동국대 스탭분들에게 감사하다. 이젠 전주를 온전히 사랑하게 되었고, 기회를 만들어 준 우리 학교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글   유병우(융합에너지신소재공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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