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아침 중도에서 만나. 친구들과 매일같이 나누었던 작별인사였다. 수업이 있건 없건 아침 8시에 중도에 와서 동기들과 암묵적으로 정해둔 깊은 곳으로 향한다. 히야. 누가 이런 데까지 들어와서 책을 빌릴까 싶을 정도로 어둠침침하고 천장이 낮은 곳. 열람실에서 소리는 낼 수 없으니 누군가 한 명은 자리를 맡아놓았다고 손짓으로 힘껏 외친다. 나도 그곳에 가방을 던져 놓고 책 한 권을 펼쳐놓는다. 나는 하루종일 그 자리에 없다. 20년 전 흔한 일상이다.

 

 

"20년 전 흔한 일상, 친구들과 매일 나누던 작별인사, 내일 아침 중도에서 만나"

 


 중앙도서관은 대학생의 설렘을 촉감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공강 시간에 친구들이 모두 당구장으로 흩어지고 나면, 책 냄새에 취해 도서관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내 꿈을 현실로 만드는 시간을 보냈다. 외국어 서적과 컴퓨터 서적에 특히 푹 빠졌다. 대학교는 아무 책이나 마음껏 빌려주니 중도 때문에 대학생이 된 것도 같았다. 답답할 때는 1층으로 내려가서 최신형 컴퓨터로 PC통신도 할 수 있었다. 이것도 무료로 즐기라고 하니 밤 늦게 폐관한다는 안내가 나올 때까지 엉덩이를 떼지 못 하다가 다급히 채팅방을 나왔던 적도 많다.


 중도는 편안하다. 아늑하고 한가롭다. 게다가 모든 게 최신식이고 친절하기까지 하다. 노트에 침을 적시며 꿈을 꾸던 나의 모습,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자리를 비웠을 때 캔커피를 두고 왔던 두근거림, 홈페이지를 만들어 보겠다며 중도 죽돌이가 되어 있던 장면까지 나의 중도는 설렘으로 가득했다.

 

 

"그 때는 중도 죽돌이, 이제는 교직원. 나의 중도는 여전히 희망으로 가득한 곳"

 


 가끔씩 휴가를 내고 중도를 찾을 때면 중도에는 여전희 희망의 빛이 가득하다. 중도에서 엎어져 자던 나의 모습은 올드패션, 후배들은 이제 누워서도 잘 수 있는 하이패션. 나는 점점 꼰대가 되어가겠지만, 그래도 꿈을 꾸고 있는 그들에게서 희망을 느낀다.

 

글 / 최우석 과장(연구처 연구관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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