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진 그늘 속에선 늘 무언가가 튀어나올 만반의 태세를 하고 있을 성 싶어 몸을 사려봤다거나...

머리를 감다 누군가 내려다보고 있을 거라는 섬뜩함에 따끔거리는 눈을 억지로 떠봤거나...

침대 밑 어두운 빈 공간에서 번득거리는 눈빛의 존재와 마주칠지 몰라 손 넣길 망설였다거나...

책장 위 올려놓은 인형이 이죽거리는 웃음을 실어 나를 바라보고 있지 않은지 걱정스러웠다거나...

잠결에 모로 고개를 돌렸을 때 산발한 여인(?)이 마주보고 있지 않을까 눈 뜨기가 힘들었다거나...

어두운 건물 1층에서 승강기를 홀로 기다리다 무언가 느껴지는 기척에 온 신경이 예민해졌다거나...

형광등이 점멸하며 꺼져가는 찰나의 순간 어둠 속에 갇히지 않기 위해 달음박질 해봤다거나...

문득 유리창 건너에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을 어떤 존재의 묵직한 시선을 알아차렸다거나...

옆 자리 친구가 내가 네 친구로 보이냐는 허튼소리를 하는 데 순간 확신이 가지 않았다거나...  

 

  사소하지만 일상의 곳곳으로 배어 있어 그 소소함에도 마냥 외면할 수 없는 심정에 잠깐이나마 시달려본 적이 있다면... 장르 문학의 거장이라고 하는 스티븐 킹이 잡아내는 우리 일상 속 두려움에 흠뻑 바져들 수 있게 됩니다. 이번 테마도서는 혹자들에게 '공포소설의 대가'라고 불리우며, '공포라는 테마'를 만든다면 몇 자리 차지할 스티븐 킹의 작품들을 꼽아봤습니다. 테마도서라고 하기에는 약간 어울리지 않지만, 한 번 소개받아 보시죠...!

 

  공포가 어울리는 계절이 거의 끝나가는 시점, '스티븐 킹 = 공포소설의 대가 => 스티븐 킹의 작품은 모두 공포소설!' 이라는 공식이 일반화되어 있는데, 왜 갑자기 테마도서라는 온건한 카테고리에 스티븐 킹이라는 작가를 끌어들이나 의아스러울 수도 있을텐데요.

 

  사실, 9월 초에 개봉하는 영화 스티븐 킹 원작의 <IT>포스터가 눈에 띄기도 했고, 그리고 저 빨간 풍선 안으로 얼굴을 감춘 그 유명한 캐릭터 '페니 와이즈'의 윤곽이 반갑기도(?) 했지만, '스티븐 킹 = 공포소설 작가' 라는 공식이 늘 성립하지 않음에 대한 간단 안내도 하고 싶어서랍니다. '평범한 일상을 단번에 엄청난 공포로 바꾸는 스티븐 킹의 소설은 극장용 영화와 텔레비전 극을 합쳐 70편이 넘게 영화화되어 원작이 가장 많이 영화화된 작가로서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네이버, 해외저자사전 옮김)

 

  물론 여기서도 '공포'라는 키워드가 언급되곤 있는데, 킹의 작품을 보면 '공포만을 지향'한다고 보긴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일상 속 사소한 것들을 매개로 인간이 갖는 두려움의 소재를 찾아내거나, 두려움을 느끼기까지의 감정에 집중하기도 하고, 한 곳으로 내몰리는 인간 군상들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찾아내기도 하거든요. '공포소설', '공포작가' 라고 하면, 피상적 또는 즉흥적인 느낌을 연상케하는데, 실제 킹의 작품을 접해보면, 이건 일종의 드라마에 가깝구나... 라는 인상이 강하거든요.

 

   킹의 작품이 주는 또 하나의 작품은 위에도 언급되어 있듯 '영화화!' 랍니다. 너무나 많은 작품들이 영화화되어 있고, 물론 그 중엔 걸작도, 졸작도 있겠지만, 원작과 대조해보기 참 쉬운 여건을 만들어 주고 있죠. 부쩍 가까이 다가온 '가을' 속, 예전처럼 '독서'만을 강요하긴 힘든 세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공부 목적이 아니라면 '책읽기'의 미덕을 우리 주변에서 찾아보기도 어렵죠. '책'과 '영화'를 동시에 읽기... 라면 어떨까요? 중앙도서관을 애용하는 중인 여러분들의 구미를 좀 당기는 미끼가 되려나요...!

 

  대표적인 몇 개 작품만 골라봤는데, 중앙도서관의 스티븐 킹 코너로 가면 모든 책들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자랑거리...! 중앙도서관에는 타 대학도서관에서도 구하기 힘든 스티븐 킹의 작품들이 다수 소장되어 있답니다! 킹 매니아를 자처하는 모 사서분이 어렵게 구한 중고책을 몽땅 기증해 주기도 하셨죠. 다가오는 가을... 가을의 서늘함과 함께, 킹 선생님이 선사하는 '인간 감정의 서늘함'에 흠뻑 빠져 보시길 강력히 권장합니다.

 

  킹의 작품이 갖는 가장 큰 미덕은...!   재! 미! 있! 습! 니! 다!

 

이창용 과장(중앙도서관 학술정보관리팀), Tel.2260-3448, E-Mail : inmysea@dongguk.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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