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도서관에서는 ‘우리가 가진 소중한 문화유산의 재발견’이라는 주제로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여러 가지 고문헌 자료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네 번째 시간으로 우리도서관에 소장된 보물 895호 “제왕운기”(帝王韻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본교 도서관 소장된 보물 895호, 이승휴의 '제왕운기(帝王韻紀)'

삼국사기, 삼국유사와 더불어 고려시대의 3대 역사서"

 

 

 제왕운기는 고려 충렬왕 13년(1287년)에 이승휴(李承休, 1224~1300)가 지은 역사시(歷史詩)로 삼국사기, 삼국유사와 더불어 고려시대에 편찬된 3대 역사서 중 하나입니다. 상하 2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페이지가 35장 밖에 안되는 비교적 적은 분량의 책이지만 다루고 있는 내용은 중국과 우리나라의 상고시대부터 이승휴가 살았던 당대(當代)까지의 모든 역사를 다루고 있을만큼 방대합니다.

 

 상권에서는 중국 역사의 요점을 신화시대부터 삼황오제(三皇五帝), 하(夏), 은(殷), 주(周) 3대와 진(秦), 한(漢) 등을 거쳐 원(元)의 흥기에 이르기까지의 역사 내용 칠언시(七言詩) 264귀로 기술하였습니다.

 

하권에서는 우리나라 역사를 크게 ‘동국군왕개국연대(東國君王開國年代)'와 ‘본조군왕세계연대(本朝君王世系年代)'의 2부로 구분하였습니다. 동국군왕개국연대 ’에는 단군의 전조선(前朝鮮), 후조선(後朝鮮), 위만, 삼한, 신라·백제·고구려의 3국과 후삼국 및 발해가 고려로 통일되는 과정까지를 칠언시 264귀 1460언으로 기술하고 있으며,  ‘본조군왕세계연대에는 고려 태조 세계설화(世系說話)에서부터 당대 충렬왕까지를 오언시(五言詩)로 700언으로 기술하였습니다.

 

 이승휴는 이 책의 간행동기를 당대의 문제의식에서 비롯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승휴가 살았던 시기는 30년에 걸친 몽고와의 항쟁으로 인해 국내 정치상황이 매우 혼란스러운 시기였으며, 개인적으로는 충렬왕의 실정(失政)과 부원세력을 비판한 상소를 올려 파직을 당한 상황이었습니다.

 

 제왕운기는 몽고의 내정간섭 등으로 혼란스러웠던 당시의 대내외적 정치사회적 현실에 대한 회의와 함께 새로운 사회의 희망을 시로 적은 것으로, 이승휴는 역사에 대한 바른 정립을 통해 정치 사회 윤리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현재 전해지고 있는 중요한 판본으로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개인 소장본(보물 제418호)으로 뒷부분의 간행기록이 탈락되어 정확한 간행시기는 알 수 없지만 판식의 특징들로 보아 현전하는 판본 중 가장 이른 시기에 간행되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두 번째는 동국대학교 중앙도서관 소장본(보물 제895호)으로 내용 중 일부를 보충해서 필사하였지만[補寫] 발문·후제·간행기록 등이 모두 갖추어져 있어 현전하는 판본 중 체제가 가장 완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은 삼성출판박물관 소장본(보물 제1091호)으로 몇 장이 떨어져 나가고 뒷부분은 다른 판본이 섞여 있는 등 비교적 복잡한 판본이지만 이미 발견된 판본들과 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 자료라 할 수 있습니다.

 

 

"본교 소장본이 발후, 후제, 간행기록 등 현전 판본 중 가장 완전하다고 할 수 있어"

 

 

 제왕운기는 중국과 한국의 역사를 각 권으로 구분했고, 영토도 요동(遼東)에 따로 천지세계가 있어 중국과 엄연히 구별되는 생활 영역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 민족은 중국인과 다른 천(天)과 연결되는 단군을 시조로 하는 단일민족임을 나타냈고, 당시까지 민간신앙이나 고기류 등을 통해 전승되어온 단군신화를 한국사체계 속에 편입시킴으로써 우리 역사의 유구성을 과시하였습니다. 그리고 발해를 고구려의 계승국으로 인정해 고려 태조에 귀순해온 사실을 서술함으로써 발해를 최초로 우리 역사 속에 편입시켰으며, 이로 인해 만주일대까지도 고려의 영역이었음을 역사적으로 고증하고 영토회복의 의사를 암시하였습니다.


 이처럼 제왕운기는 중국과 우리 민족과의 지리적·문화적 차이를 강조함으로써 우리는 중국과 구별되는 독자성·자주성·주체성을 가진 우수한 문화민족임을 피력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구별되는 우리 민족의 지리적, 문화적 차이 강조, 우수한 문화민족 피력"

 

 

 제왕운기가 저술된 지 약 73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에서도 이승휴가 고민했던 문제의식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이 동북공정(東北工程)을 통해 우리나라의 고대사를 자국의 역사로 편입하려는 시도가 공공연하게 진행되고 있는 현실에서 올바른 역사관 정립을 통한 새로운 사회를 희망했던 이승휴의 바람은 여전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


1. <국가기록유산>(www.memorykorea.go.kr) ‘제왕운기’ 해제
2.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제왕운기’

 

 

정왕근 과장(중앙도서관 학술정보서비스팀), Tel.2260-8621, E-Mail : kgt10@dongguk.edu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