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작, 서른이라고

   요즘은 가히 자기계발서적의 홍수라 칭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하루가 멀다 하고 많은 자기계발서적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들 중 대다수의 책들, 특히 20대를 위한 책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한다.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보다 열정적으로, 치열하게 살아야한다고.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는 결국 그렇게 해야만 더 많은 스펙을 쌓을 수 있고 남들보다 성공할 수 있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그러나 정주영 작가님의 강연은 달랐다. 이전까지의 다른 책들이 사회가 보편적으로 정해놓은 성공이라는 길을 향해 앞만 보고 내달릴 것을 종용했다면, 그는 수많은 갈림길 가운데 서있는 나 자신이 누구인지,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음을 시사했다. 강연 내내 작가님이 강조하던 것은 바로 행복이었다. 비록 돈은 얼마 못 벌더라도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일, 많은 돈을 벌지만 보람과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일. 강연을 듣는 내내 물질적인 것을 떠나 나 자신이 진정 행복한 길이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작가님의 강연이 다른 많은 자기계발서 속의 이야기와 다르게 마음 속 깊이 와 닿았던 이유는 지극히도 평범한, 아니 오히려 남들에 비해 너무도 부족했던 그의 모습이 지금의 나 자신과 많이 닮아있는 것 같아서였다. 현재의 그의 모습 역시 누군가는 코웃음 치거나 하찮게 여길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책을 출판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영화, 음악 등 그동안 자신이 꿈꿔왔던 것들에 한 발짝씩 다가가는 그의 모습에서 그가 말하는 행복이 어떤 것인지 엿볼 수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나와 같은 20대 초중반의 가장 큰 고민은 시험, 스펙, 취업 같은 것들이 되어버렸다. 남들이 무엇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에 급급해서 주변만 살피는 동안 정작 자기 자신을 들여다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모두가 너무 늦었다고,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고 조급해하며 채찍질만 할 줄 알았던 것이다. 벌써 대학교 4학년이 되어버렸다고, 벌써 20대 중반이 다되었다고 좌절하는 우리에게 작가님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고작, 서른이라고. 아직 20대인 너희 역시 전혀 늦지 않았다고.

 

 

글 / 영화영상학과 4학년 진소희
사진 / 인터파크도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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