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04일 토요일 오전 10시 30분. 중앙도서관 IC존 세미나실에서 2002 독서토론클럽이 첫 모임을 가졌다. 멘토는 불교학부 김호성 교수님, 참여 학생은 다섯 명이다. 클럽의 주요 주제는 일본의 역사, 문화, 사회, 철학, 종교 등등. 2002라는 이름은 교수님이 제안해주셨다. 2002년이 한일관계에서 중요한 한 해였다는 인식에서 비롯한 이름이다. 2002 월드컵 때 한국인들이 일본의 패배를 기뻐하며 일장기를 짓밟던 모습이 일본 매스컴에 보도되면서 반한 감정의 씨앗이 되었다는 설명이 인상 깊었다.


   2002에서 처음으로 고른 책은 일본의 재특회에 대해 다룬 르포 <거리로 나온 넷우익>이었다. 재특회는 한일교포들이 부당하게 특권을 갖는다고 생각하며 이에 반대해 혐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시민 모임이다. 후머니타스에서 번역 출판된 이후 한국에서도 꽤 주목받았던 책인데, 놀랍게도 이 책의 역자가 바로 김호성 교수님의 아들 김현욱 번역가였다. 오리엔테이션 때 책을 선정하면서 이 이야기가 나오자 “그럼 토론 때 역자분도 초청하죠!”라는 제안이 나왔다. 당장 전화를 했더니 다행히도 마침 시간이 맞았다. 덕분에 첫 모임에는 특별히 책의 번역가를 모시고 함께 토론을 진행하게 됐다.
 

   토론은 한 명씩 자신의 소감 및 의견을 말하고, 그에 대해서 다함께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보통 정리 및 피드백은 교수님께서 맡아주시는데, 이번에는 그 역할을 김현욱 번역가가 맡아주셨다. 덕분에 독자 선에서는 정리가 어려웠던 일본의 현지 상황에 대해서도 듣고, 질의응답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주로 나왔던 이야기는 재특회가 생겨난 배경과 그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것이었다. 본문에 이런 문장이 있다. 불안정 고용이 급증해 세상이 어지러워지면서 해소할 길이 없는 불안과 스트레스를 가진 젊은이들이 많이 생겨났다. 그런 불안이나 스트레스를 배출할 곳을 찾아 사회적 약자를 공격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본문 70쪽) 이와 관련해 ‘사회가 궤도에 설수록 ‘미워할 대상’을 만들어 스트레스를 표출하는 모습은 의외로 일반적인 형태’라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이런 ‘증오를 위한 증오’의 한국 사례로서 일베도 자주 언급되었다. 재특회를 바라보는 시각과 일베를 대하는 실제 우리의 태도를 함께 다루면서 얻은 것이 많았다. 일베 아닌 다수가 일베에 대해 갖는 분노 역시 ‘증오를 위한 증오’가 아닌가, 하는 인식이었다.


   재특회를 일본의 특수한 사례로 진단하는 시각도 물론 있었다. 또 재일교포의 행동이 배타심을 부추기는 데 한몫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재일교포 중 파칭코 사업 종사자가 많아 범죄와 연루된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긴다는 점은 확실히 문제였다. 이 점에 대해서는 파칭코 사업에서 손을 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쪽으로 결론이 모아졌다. 이외에도 논의된 것이 굉장히 많았는데, 그중 역사 속 한일관계 및 역사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비중이 컸다. 실제 일제강점기를 겪었던 사람보다 그 시기에 대한 교육을 받은 우리가 갖는 반일감정이 더 크다는 점도 지적되었다. 이는 역사교육이 잘 되었다는 반증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생각해볼 여지가 남아있는 문제이기도 했다.


   이렇게 서로 의견을 나누고 논의하는 시간을 가진 후, 다시 돌아가며 자신의 결론을 말하는 것으로 토론은 끝을 맺었다. 재일교포와 재특회의 문제는 사회, 정치, 경제, 역사의 여러 부분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문제라는 사실에는 모두가 동의했다. 이것을 어디에 초점을 두고 바라볼 지는 개인이 더 고민해봐야 할 문제로 남았다.

내가 책을 읽고 처음 가졌던 생각과 토론 이후에 다시 정리한 생각은 많이 달랐다. 사람 여섯이 모여서 이야기하면 여섯 개의 시각이 생기고, 사람 일곱이 모여서 이야기하면 일곱 개의 시각이 생긴다. 그리고 그것을 하나씩 듣고 있노라면 나의 생각도 훨씬 풍성해진다. 이런 점이 독서토론의 매력인 것 같았다. 특히 이번에는 역자와 함께 했던 자리인 만큼, 훨씬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 첫 출발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리로 나온 넷우익>에 대해서도, 2002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정리된 결론을 가지고 함께 밥을 먹고, 교수님 연구실에서 차도 한 잔 마시면서 첫 모임을 마무리했다. 다음 모임 <설국>도 유익한 시간이 될 것 같다.

 

                                                                                                          글 / 불교학부 3학년 조현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