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단 트레바리 <다산어록청상> 서평

  감히 내가 이 책의 내용에 나만의 방식으로 정리할 수 있을까? 조선 최고의 천재라고 불리우는 정약용의 글들을 열 가지의 주제로 정리해서 가장 교훈적인 말들을 뽑아 모았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한 페이지 한 페이지에 적혀 있는 말들이 모두 주옥과 같았다. 이 글들을 정리할 수 있을까?

   K-POP STAR에서 박진영 심사위원이 항상 오디션 보는 지원자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어깨에 힘을 빼라. 그리고 그냥 툭 던지듯이 노래를 불러라. 정약용도 똑같은 말을 했다. 어깨에 힘을 빼라. 그리고 말을 하고 글을 적어라. 모든 것이 똑같은 것 같다. 어깨에 힘을 빼라. 지나가는 소리로 들은 이야기로 골프 역시 어깨에 힘 빼는데 3년이라고 한다. 이 말이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어떠한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3년은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깨(몸)에 힘을 뺄 수 있는 경지 말이다.

 

   그리고 그러한 경지에 도달하기 위한 지름길로서(누가 공부에 왕도가 없다고 했는가!!!!!) 정약용은 필사와 체계화를 이야기한다. 의외였다. 필사는 당연했지만 체계적이라니. 나는 정약용은 그러한 체계화적인 독서가 아닌 엄청난 다독으로 인한 연결고리가 생긴 것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정약용은 아주 체계적인 공부방법을 썼다. 차례를 먼저 보고 주제별로 나눈다. 그리고 읽는 책의 내용을 그것에 맞춰서 필사하면서 읽는다. 현대에 카드공부법이라고 불리는 것을 이미 썼던 것이다. 나로 하여금 가장 반성하게 하는 내용이었다. 그동안 책을 읽을 때 무작정 좋은 글귀라고 생각하고 적는 것이 다였다. 그래서 분명히 남는 것은 있어서 두리뭉실하게 남았었다. 그러니 생활을 하다가 가끔 떠오르는 경우는 생겨도 몸과 머리에는 제대로 남지 않았던 것이다. 항상 주변 사람들이 이야기 하던 것!!! 큰 그림은 잘 그리는데 디테일이 부족하다. 그것의 이유가 바로 체계화시키지 않았던 것이다. 그동안 겉멋으로 나는 제대로 하고 있다는 착각이 깨진 것에 너무 감사한다.

   그러면 독서를 통해, 경험을 통해 익히는 것은 어떻게 하는가? [리딩으로 리드하라]의 저자 이지성 작가님도 강조하듯이 필요한 것은 Reality다. 정약용조차 현실에 쓸모가 없는 학문은 쓸모없는 학문이라고 말한다. 처자식이 굶어 죽는데 자기는 방 안에 쳐박혀 체면을 차리면서 책 만 읽는 것만큼 부끄러워해야 하는 것은 없다고 했다. 혼자만의 세계에서 깨달음을 얻었다고 오만해 지는 것만큼 바보 같은 짓은 없다고 했다. 여기서 한국의 공부방법에 대한 의문점이 든다. 토론이 없다. 혼자서 책상 앞에 앉아서 공부한다. 자신만의 세계에서 벗어나기가 힘들다. 선생과의 질문 응답보다는 수동적으로 받아드린다. 이것이 좋은 공부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정말 공부라는 것은 자신의 방에 박혀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거실에서 가족들과 함께, 친구들과 토론을 하면서, 선생님께 질의응답을 하면서 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잠시 딴 곳으로 빠졌지만 우리가 인문학을 공부하는 것도 현실을 바꿔보기 위해서이지 않는가? 조선시대 양반처럼 이것 아니면 안된다는 교조화 된, 자신의 배가 채우고 지키기 위한 인문학이 아닌 세상을, 그리고 자신을 조금 더 좋게 만들기 위한 인문학이지 않는가? 그러니 세상과 교류를 하자. 자신의 깨달음과 경험을 아낌없이 나누고 다른 사람의 것을 받아드리자. 그러면 나도 좋고 세상도 좋은 것이지 않을까?

 

 

   그리고 이렇게 학문을 익힌 후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자신을 낮춰서 배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다른 사람의 단점을 감싸줄 수 있는 아량이다. 익힌 것이 많다고 그것을 이용해 다른 사람의 단점을 들춰내는 것은 소인배가 하는 짓이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을 생각해보자. 글을 적을 때 간절함이 담겨 있어야만 한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음을 표현하기에는 나의 글솜씨가 부족함을 느낀다. 우리가 책을 읽고, 세상에 대해서 알아가는 이유가 뜻을 세우고 그 뜻을 이루기 위해서이지 않을까? 가슴에 품은 뜻을 펼치기 위해서, 멋진 인생을 살기 위해서 공부하자.

                                                                                                                     글 / 산업시스템공학과 4학년 류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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