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15일 오후 3시에 명사의 강연이 있다고 했다. 명사는 이병률 작가라고.

한 달 전부터 수시로 도서관 홈페이지를 드나들던 덕분에 발 빠르게 <두 번째 신청자>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기다리던 그날이 오늘이 됐고, 떨리는 마음으로 자리에 착석했다.

 

# 이병률 작가

 

 우연히 꽤 오래전에 ‘끌림’이라는 책을 통해 알게 됐다. 해외 첫 여행을 위해 서점에 들렀다가 책 제목처럼 미묘한 끌림에 의해 꽤나 많은 양의 책을 사서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 작가님의 이름에서 오는 몽환적인 매력도 꽤나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믿고 보는 작가님이 되었던 가장 큰 이유는 섬세함을 가장한 고독함을 솔직하게 풀어냈던 용기 때문일 거다. 고민 없이 여행하는(것처럼 보이는) 여유도 한몫 거들었겠지만 말이다.

 

 

"아무쪼록 나는 오늘 그토록 먼 발치에서만 바라보던 작가님을 직접 만났다.

뭐랄까. 짝사랑 같은 느낌이었다면 더 이해가 쉬울까?"

 

 

 황현산 문학평론가의 <밤이 선생이다>를 시작으로 김연수 작가의 <여행할 권리>, 김동영 작가의 <당신이라는 안정제>, 황상열 작가의 <모멘텀> 등, 다양한 책의 일부를 발췌해 낭독하고, 작가의 생각을 말하는 시간으로 강연이 꾸며졌다. 그 중 기억에 남는 것은 모멘텀에 대한 질문이었다.

 

 

“당신의 모멘텀(탄력, 추진력)은 언제였나요?”

 

 

 조금은 외롭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조금만 관점을 바꿔보니 지금이 내 삶의 모멘텀이라고 굳게 믿는다. 추를 중심으로 맞춰가는 과정에서는 여러 번의 시소게임을 거쳐야만 한다. 좌, 우로 수없이 흔들거리다 비로소 중심을 잡아가는 그 과정을 지금 겪고 있다고 생각하니 감사가 절로 나온다.

 

 

 

 

# 청춘의 사랑

 

 나를 입체적으로 있게 하는 힘이 ‘사랑’이라는 말을 넌지시 던지셨는데 그 부분에 있어서는 나 역시 절대적으로 동의한다. 우리가 애인 사이, 조금만 특별했거나 그냥 썸 타는 사람으로만 끝났을지라도 나는 상대를 통해 참으로 많이 배웠다. (상대도 그렇게 느꼈기를 바라며) 조금 더 시간이 지나 우리 모두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었을 때, 청춘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그때 그랬지. 하하. 호호” 웃을 수 있는 지금이 되기를 소망한다.

 

 

# 스스로에게 하고 싶었던 말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말이 떠오른다. 외로운 길이더라도, 자신이 정한 길을 따라 묵묵히 걸어가다 보면 그 끝에 길이 있을 거라는 말. 매 순간을 디자인하며 살아야겠지만, 늘 마음속의 그 꿈을 잊지 않고 걸어갔으면 좋겠다.

 

 

 "바구니 속에 있는 흰색, 검은색 각각의 바둑돌이 순서에 상관없이

우리들 손에 잡히겠지만, 순서만 다를 뿐 언젠간 다 손에 쥐게 될 것들이니까"

 

 

 다시 말해 누구에게나 각자의 타이밍은 존재하니까, 그 때를 위해 우리 모두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끝으로 좋은 시간을 준비해주신 담당자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기획을 하고, 준비를 하고, 그것을 잘 맺음 하는 과정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수고가 필요한지를 알기에. 오늘을 우리는 ‘터닝포인트’라고 부르게 될 것이다. 참 멋진 강연이었다. 정말로.

 

 


 

글 / 염희옥 (언론정보대학원 광고홍보학과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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