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 ? 산다. 읽는다. 빌린다. 준다. 나누어준다. 쓴다. 만든다.
내게 책은, 이러한 타동사들의 대상이다. 이런 정도의 일들은 다 내 스스로 할 수 있다.
그런데 책과 더불어 살아가는 나 자신이라 하더라도 할 수 없는 일이 단 하나 있다.
책을 지키는 일 그 하나만은 내가 할 수 없다.
특히, 내가 죽고 난 뒤에는 더욱 그렇다. 죽은 내가 어찌 살아있는 책을 지킬 수 있겠는가.
지금까지 30여권의 책을 썼다. 아니, 만든 책들까지 다 포함하면 50여권을 훌쩍 넘는다. 다 애착이 가는 내 ‘사리(舍利)’들이다.
내가 죽고 나더라도, 우리 학교 불교학자료실에서는 내 책들이 숨 쉬고 있을 것이다.
내 책들이 사리라면, 도서관은 사리들을 봉안(奉安)하고 있는 사리탑이 아닌가. 그래서 나는 새롭게 책이 만들어질 때마다, 도서관 사무실까지 내 ‘사리’를 조심스럽게 안고 가서 전달한다. 이 성스러운 일은, 반드시 내 자신이 한다. 한 번도 조교학생을 시킨 일이 없다.
어쩌면 다른 분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도서관 이용후기일 것이지만, 사실 이는 나의 사후(死後) 이용계획이기도 하다. 이런 내 이용후기를 시로 표현해 보았다. 「사리탑 - 동국대 중앙도서관 찬가」 그것이다.
글 / 김호성 (불교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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